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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상실의 아픔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남자, 데몰리션(2016)

by 초코지기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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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lition, 2016

데몰리션(Demolition, 2016)

감독 : 장 마크 발레(Jean Marc Valle)
출연 : 제이크 질렌할(Jake Gyllenhaal), 나오미 왓츠(Naomi Watts) 등
상영시간 : 100분
국내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캐나다의 영화감독 장 마크 발레는 제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영화 「카페 드 플로르」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지만 작년 2021년 12월 58세의 나이로 돌연 사망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생전 건강관리에 철저했던 그의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제가 이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을 섬세하게 묘사해, 작품을 보다 입체적이고 풍요롭게 풀어내는 감독의 표현방식입니다. 다시는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제이크 질렌할 역시 제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스타 중 한 명으로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최고를 꼽자면 저는 주인공의 헤아리기 힘든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던 이 영화 데몰리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내의 죽음에도 덤덤하기만한 주인공

장인어른의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데이비스(Jake Gyllenhaal)는 잘 나가는 투자 분석가입니다. 어느 날 아내 줄리아(Heather Lind)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 그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 사고로 아내 줄리아는 사망하고 데이비스 홀로 살아남게 됩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덤덤히 아내의 피가 묻은 신발을 닦아냅니다. 그러고는 고장 난 자판기에서 초콜릿을 사 먹으려다 돈을 잃게 됩니다. 이후 데이비스는 다소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심지어 아내의 죽음이 괴롭지도 속상하지도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조차 아무리 쥐어짜도 눈물을 흘리지 못합니다.

데이비스와 카렌의 만남

이후 데이비스는 병원에서 돈을 잃게 만든 자판기 회사 고객센터에 항의를 하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하지만 내용이 조금 이상합니다. 항의를 빙자한 자신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적은 편지를 고객센터로 보냅니다. 어느 날 그는 줄리아가 늘 고쳐달라고 했었던 고장 난 냉장고를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날 새벽 2시, 항의편지를 보냈던 자판기 회사 고객센터 직원인 카렌 모레노(Naomi Watts)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옵니다. 편지를 읽고 슬픈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까지도 했다는 카렌은 데이비스와 만나기로 하지만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후 데이비스는 기차에서 우연히 카렌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던 카렌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집으로 찾아갑니다. 카렌은 그녀의 아들 크리스(Judah Lewis)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데이비스는 카렌과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크리스와 만남을 이어가게 됩니다.

모든것을 파괴(Demolition)하는 데이비스

그는 고장난 냉장고를 시작으로 회사 컴퓨터, 화상실 문을 분해하기 시작하고 마지막엔 결혼 생활을 분해하자며 크리스와 함께 아내와 살던 주택을 부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아내의 화장대에서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발견하는데 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닌 외도로 인한 임신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내의 무덤에서 교통사고를 낸 트럭 운전수를 만난 후 데이비스는 서서히 슬픔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줄리아의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세우고 싶어 하는 장인어른에게 줄리아의 이름을 딴 회전목마를 설치해 운영하자는 제안을 하고, 아내가 좋아했던 해변에 설치한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납니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받아들이는 시간

어쩌면 그에게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너무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채, 주위의 모든 것을 분해하고 파괴하는 모습은 자신의 무덤덤해 보이는 외면을 깨고 사랑하는 아내가 죽어버린 슬퍼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해내는 데는 사람마다 시간 차가 존재하는 듯합니다.

늘 말끔한 정장을 입고 다니던 제이크 질렌할이 캐쥬얼한 옷과 헤드셋을 의식의 흐름에 맡긴 채 춤을 추며 길을 걷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슬픔과 상실감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 낸 영화 데몰리션」, 정말 정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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