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일본 영화 추천

by 초코지기 2022. 9. 15.
반응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마에다 코키, 마에다 오시로 등 

러닝타임 : 128분

국내 등급 : 전체 관람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입니다.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삶과 약자에 대해 주로 다루며, 이를 과장하지 않고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스크린에 드러냅니다. 제가 본 그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이 세 편중 가장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영화 어느 가족은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이혼 후 달라진 아이들의 일상

오사카에서 결혼 생활을 했었던 키나미 켄지(오다기리 조)와 오사코 노조미(오오츠카 네네)는 6개월 전 이혼을 했습니다. 노조미는 가고시마에서 부모님과 함께 첫째 아들인 오사코 코이치(마에다 코키)와 살고 있고, 아빠와 살고 싶어 하는 키나미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는 후쿠오카에서 아버지 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코이치와 류노스케는 매일 통화하며 수시로 엄마 아빠의 애인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등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습니다.

형 코이치는 잦은 화산 폭발로 집안에 넓게 쌓인 화산재를 청소하는 매일의 일상을 다소 불만스럽게 느끼며 과거 오사카에서 다 함께 살던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동생 류노스케는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클럽에서 밴드의 보컬로 활동 중인 켄지의 바쁜 생활로 대부분 저녁을 혼자 때우고, 시끄러운 아빠의 작업실에서 숙제를 하기도 하지만, 밝음을 잃지 않고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기도 합니다.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코이치는 같은 반 친구들의 대화 중 가고시마에서 260km로 달리는 열차 '사쿠라호'와 하카타에서 260km로 달리는 '츠보미호' 두 열차가 처음으로 스치고 지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또한 할아버지 오사코 슈키치(하시즈메 이사오)는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 화산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면 모두가 이사를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코이치는 가고시마 화산 대폭발로 온 가족이 다시 오사카에 모여 사는 기적을 꿈꾸며 신칸센이 교차하는 지점인 구마모토현에 가는 것을 계획합니다. 코이치는 저마다의 소원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구마모토로 가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판기 아래 떨어진 동전을 줍고, 장난감을 되팔고, 좋아하는 수영을 포기하고 강습료를 보태 쓰기도 합니다.  

코이치는 류노스케에게 계획에 동참하길 권유하지만 류노스케는 엄마와 아빠가 자주 다투는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함께 산다는 것이 왠지 썩 내키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작은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친구들의 도움으로 코이치에게 사과를 하고 구마모토로 함께 가기로 결정합니다. 둘은 돈을 모으는 방법도 다릅니다. 류노스케는 아빠 켄지에게 자신으로 인해 받는 양육수당의 일부를 떼어달라고 당당하게 돈을 요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이들은 각자의 소원을 쓴 깃발을 들고 신칸센이 내려다보이는 터널로 향합니다. 신칸센이 교차하는 순간 모두 소원을 빌지만 코이치는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류노스케와 작별인사를 할 때, 본인은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했기 때문에 소원을 빌지 않았노라고 이야기합니다. 류노스케 역시 자신도 다른 소원을 빌었다고 코이치에게 고백합니다. 그렇게 코이치와 류노스케, 친구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

이 영화의 주연인 마에다 코키와 마에다 오시로는 이름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듯이 실제 형제입니다. 전화기를 붙들고 가족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는 코이치와 늘 해맑기만한 류노스케의 대화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학교 선생님,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이 기적을 믿지는 않지만, 기적을 믿는 해맑고 씩씩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저 따스히 바라보며 기다려주는 모습은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현실에 지쳐 보이는 어른들이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응원이라고도 보입니다. 기적은 비록 일어나지 않겠지만 어찌 보면 기적을 꿈꾸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그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할아버지의 가루칸 떡처럼 처음 베어 물었을 땐 밍밍하지만 계속 씹다 보면 은은한 단맛이 나는 그런 영화인 것 같습니다. 

반응형

댓글